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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2:33

한강, 그곳. *

그때 당시의 우리는 멋이 없었다. 세련되지 못했고.

솔직함을 담아내는 것과는 달리 꾸미는 방법을 몰랐고, 적당히 둘러대거나 마음을 숨기는 방법에 익숙치 않았다.

생각보다 서울은 멀다. 한강은 좋다.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시민들의 쉼터이자 운동 코스이고 많은 사연들이 녹아 있으리라.

사연들에 하나 던져 넣고자 자리를 잡아 앉는다.

언제 했는지 모를 낡고 색이 바랜 계단에 앉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구경했다.

올림픽대로가 처마 역할을 비를 피할 있는 그곳엔

사랑이 넘치지만 서로에게 미숙한 연인이.

영화 주제곡을 끊임 없이 연주하는 오카리나 아저씨가.

런닝 바람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혼자 곳을 응시하는 청년이 있었다.

소나기에, 짙은 안개에 건너도 보이지 않던 날씨에

우리는 아파트는 뭐야? 동네는 어디지? 같은 쓸데없는 대화만 나누었다.


말도 안되게 날이 개고, 군데 군데 생긴 웅덩이를 피해 다시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꽤나 웃겼다.

운동화가 빗물에 젖어 더러워지는 것이 싫은건 나도, 너도 같은 생각 이었으니까.


낮보다는 밤에 생각나. 마시고, 외로움에 이길때, 그때만 생각나.’


잔인했다. 굳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되짚어 주는 것은 불편하다.

온전치 못한 관계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어 하면서 욕심만 많은 입장은 불리 밖에 없다.


아니. 나는 다시 안만날거야. 연애 생각도 없고. 너랑 다시 지낼 생각 없어.’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나는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간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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